똥파리 - 김상미
똥파리 - 김상미
영화 「똥파리」를 보았다.「똥파리」속에는 '시발놈아'라는 말이 셀 수 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은 보통 영화의 '사랑한다' 는 말보다 훨씬 더 급이 높고 비장하다. 지랄 맞게 울리고 끈질기게 피 흘리는 그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아무도 없는 강가에 가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그리곤 목이 터져라 '시발놈아'를 스무 번쯤 소리쳐 불렀다. 그랬더니 내 가슴 안 피딱지에 옹기종기 앉아 있던 겁 많은 똥파리들이 화들짝 놀라 모두 후두둑 강물 위로 떨어졌다. 시발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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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상
욕을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나도 그렇다. 너무 심한 욕을 했을 땐 도덕적으로 양심이 찔리는 아픔을 느끼지만 그 정도로 심한 욕이 아닌,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욕을 쏟아내면 가슴이 시원해지고 마음을 할퀴며 짓누르던 스트레스란 놈을 쫓아낸 후련함을 맛볼 수 있다.
시인도 욕을 하겠지?
아마 많이 할 거야. 그럼 남자 시인 말고 여자 시인은?
여자라도 시인이니까 욕을 할 거야. 자유로운 영혼들이잖니? 나는 그리 생각하는데 오늘 그 증거를 확보하였다.
아마, 시인도 오리발 내밀지 못하리라.
그리고 나도 뭐 시인을 디스하려고 이런 말 하는 건 아니다.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감을 느껴보자는 것!
나도 '똥파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인데 썩 잘 만들어졌다고 여겨지지 않았는지 관객 흥행은 별 볼일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나는 케이블 티비에서 방영되는 것을 어쩌다 아다리 맞아서 봤고, 무료한 시간 달래려 보았을 뿐이었다. 그러면 이 시인은 왜 이 영화를 보았을까? 정우성을 좋아해서? 아님, 나처럼 채널링 하다 아다리 맞아서? 설마, 그럴 리가. 시인인데.. 뭐 속 사정은 모르겠지만 이 시는 똥파리란 영화를 빌어서 시인 자신이 하고 싶은 욕을 대신 해댄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나한테 딱 걸렸다.)
이 시인에게는 욕을 퍼부을 사람이 최소한 스무 명은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이 시를 읽을 당시, 국회의원 심 아무개가 나쁜 짓을 하여 뉴스를 타고 있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국회가 개회 중인데 핸펀으로 야동을 보다가 기자 망원 카메라에 걸렸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신문에도 TV뉴스에도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으니까. 시발놈이 말야..
심 아무개는 내가 욕바가지를 퍼부을 작자들 중 하나이다.
80년 서울의 봄에서 5월 15일 서울역 회군을 결정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인간, 서울대 총학생장이자 대학생연합회 리더로 지가 왜 서울역 회군을 결정하냐구. 학생들은 그걸 원치 않았었는데. 그래서 그는 욕을 퍼부어주어도 시원찮을 인간이다. 근데 이 세상(나라)에는 욕지기를 퍼부을 인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도처에 깔려있다. 어쩔 수 없이 시인의 욕지기에도 익스큐즈 해주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탑재완료한 상태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서 욕하는 여류시인을 빙그레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Part 2. 음식 한 점(입)
왕십리 곱창
왕십리 하면 곱창이다.
신당동 하면 떡볶이요, 장충동 하면 족발이듯이.
그러면 곱창이 왕십리 대표음식으로 등극하게 된 이유는 뭘까?
두 가지 근거를 댈 수 있다.
1) 왕십리 인근에 있는 마장동, 이곳이 예로부터 도축장으로 유명했는데 그곳에서 소나 돼지의 부속고기와 내장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2) 다른 하나는 왕십리가 서울 변두리라서(내가 8살 때 지방 두메산골서 서울로 이주하여 처음 정착한 곳도 왕십리였다.) 그곳 주민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서울에 입성하여 시골 사투리를 씻겨내고 서울사람으로 변신을 거듭해 나가는 동안,
늘 들었던 얘기가 '왕십리 똥파리'였다.
뭐 위에 언급한 도축장도 근처에 있고 하여 똥파리가 많이 끼었나 보지.
그땐 그 '왕십리 똥파리'란 소리 듣는 게 싫었는데
이젠 친근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똥파리' 시를 읽고 시발시발도 해봤으니
남은 건 '왕십리 곱창'을
흡입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곱창을 흡입하기에 앞서 고민할 일은
잡내가 적게 나는 신선한 곱창을 먹을 왕십리 똥파리로 가는 거다.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하여
아삭아삭하고 새콤한 대파김치, 마늘이 듬뿍 들어간 소스를 제공하는
맛집을 찾으면 된다.
아.. 벌써
침 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