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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여름이의 출산 이후

hittite23 2025. 2. 2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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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은 출산이후 나에게 이르기를 '손녀 사진'을 함부로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공개하지 말라고? 어디다 공개한다는 거니?'

'인터넷이나 핸펀 프사나 블로그 등등을 말하는 거예요.' 

 

나는 이유를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딸이 원하면 그대로 해주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표현법이 아니던가?

 

내가 딸로부터 통고받은 준엄한 명령은 벌써 작년 7월경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 이후 나는 딸의 명령을 따라 대체적으로 그에 순응하며 금년 초까지 6개월 이상을 살아왔다.

 

 

 

 

출산.. 나의 가족으로 온 손녀

 

살면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그리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첫사랑이 그랬고,

아이 엄마를 만난 것도 그랬으며

취업한 그해 가을,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도 첫아이(큰 딸)가 생기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꼭 그와 같은 이치로

손녀는 어느 날 문득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딸은 아마도 간호사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갓 태어난 아기사진을 핸펀으로 보내왔다.

 

엄마가 없으니 무뚝뚝한 아비에게 엄마에게나 할 처신을 해온 것이다.

나는 그 사진을 열어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네 인생이 흐르는 거구나.'

 

출산 후 병원에서

 

근게 아기가 누워있는 저 공간

도대체 뭐지?

혹시 인큐베이터.. 뭐 그런건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궁금하지만 묻지 않았다.

편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신생아든, 아기 엄마든...

 

 

출산 후 어느 달, 어느 날

 

출산 후 딸네 냉장고 문짝에 등장한 영아 '여름'
반려캣 '순정이'

 

'순정이' 저녀석 딸네 집으로 데려가기 전 우리집에서 나랑 엄청 많은 장난질을 해댔는데..

백일 초대받아 딸네 집에 갔을 땐 사람들이 많아선지 어디론가 숨어서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엄청 장난기 많은 녀석이..

 

딸네네 집 동거냥 '순정'이..
딸의 핸드폰에 부착된 영아 '여름'

 

이 사진들은 백일초대를 받고 찾아간 딸네 집에서 발견, 핸펀으로 담아 온 것들이다. 

딸이 키우던 반려냥 '순정이' 모습과 이제 갓 태어난 '여름'이가 냉장고 문짝에 출몰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출산 후 백일이 되기 전 어느 날 딸이 찍은 사진인 셈이다.

 

얼굴이 크고 복스럽게 보이는 데

이게 다 근접해서 사진찍는 스킬로 파생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굉장히 쪼그마하다.

 

 

전용 침대에서

 

80일차 여름이.. 딸의 핸펀에서
84일차 여름이.. 딸의 핸펀에서
84일차 여름. 딸의 핸펀에서 캡처
2024.10.25 침대에서 [95일차]

 

딸이 보내 온 여름이 사진이다.

전용 침대에서 천정에 걸어 둔 무빙을 쳐다보는 여름이 모습을 담은 것이다.

 

추정하건대 여름이는 세상에 와서 엄마에게 가장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리라 믿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스킨 십이 매일매일 엄마, 그리고 아빠와 이루어지는 일상이었겠지.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세상과 대면하는 여름의 첫 모습은 침대에 누워서 천장에 걸어둔 무빙을 호기심 가득 찬 눈동자로 쳐다보는 포즈였다. 아마도 이제 막 태어나 100일이 되기도 전의 여름이가 세상을 통하여 보여주는 행동, 혹은 사인(sign)은 눈으로 관찰하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도대체 이곳은 어디야?'

'세상이 생겨먹은 모양과 소리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 되뇌이는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로도 여름이는 백일이후 오랫동안, 아마 6개월차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1) 빤히 쳐다보며 관찰하거나,

2) 웃거나,

3) 우는 것이

할 수 있는 의사표시의 전부였다. 손가락, 발가락, 등짝, 허벅지 모두모두 대뇌에서 신호를 보내어 움직이는 신호전달체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인 듯싶었다.

 

 

천사포즈

 

2024.10.27 백일 기념 천사차림

 

딸은 여름이가 100일 맞이하는 어름이 되어,

전용 침대에 누인 다음 천사 복장(날개 옷과 날개)을 한 여름이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다.

 

여름이는 자신을 예쁘게 차려 입히려 엄마가 신경을 쓰고 케어해 주는 것을 알아차리는 듯한 인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땐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엷은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오~ 천사표 아기, 여름. 

이쁘네.

 

누가 보면 천사인 줄 알겠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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