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靈山)-김광규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영산이었다.
영산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하여 영산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영산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 없이 맑은 밤하늘 달빛 속에 또는 별빛 속에 거무스레 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영산이 불현듯 보고 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영산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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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영산은
<크낙산>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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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쉽게 쓰인 시가 좋다.
스토리가 있는 시도 좋아한다.
김광규의 시는 쉽게 읽을 수 있어 범접하곤 한다.
그럼 '영산'은 쉽게 쓰여진 시이고
이해하기 쉬운 시일까?
아마 시평론하는 분들은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을 듯싶다.
오히려 이 시를 가리켜 철학적인 담론을 포함하는 묵직한 시로 분류할 수도 있다.
사실.. 이 시에서 말하는 '영산'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산이 아니다. 어떤 측면에선 '산'이 아닌 '심오한 존재'로 치환하여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럼 머리가 아파오는데..
그렇다.
따라서 나는 철학적 담론을 씻어 낸 채 김광규의 시 '영산'을 읽는다.
시인 김광규는 '크낙산'이라는
자신이 만들어 낸 상상 속의 산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떤 높은 가치, 오르거나 도달하고 싶은 그런 표상을 한두 개씩 가지고 살아가는 듯싶다. 풋풋한 시절엔 모두가 그렇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은 열심히 벌과 나비를 불러 모아야 하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키 작은 나무도 그렇다. 사람의 초기 시절, 청춘들은 대부분 그런 미래에 대한 청색 희망을 키우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시절엔 의도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고 뮤지션이 된다.
그런 시절
뭐 영화 호우시절같은 나잇 대.
그런 포지션에 있으면 사람은 쉽게 시를 쓰게 되기도 한다.
이성에게 보내는 연서를 통하여 시와 조우하던 나이..
인간의 가장 보기 좋은 모습에 범접할 준비가 되어 있고 쉽게 모방하는 시기의 사람...
그 사람들에게는 추락하는 위험을 감내할 용기도 있고 다시 일어서는 씩씩함도 있다.
아름다운 시절.. 사람의 초기 모습이다.
그와 같이 내 마음속에는 오르고 싶은 신비한 영산이 되어버린 한 사람이 있다.
아니, 잘 나가다가 왜 곁길로?
그러게 말이다.
이럴 땐 맛있는 음식 한 그릇 먹고
육신의 속(위)을 채우면 정신의 허기가 사라지니 좋다.
Part 2. 음식 한 점(입)
산채 비빔밥
쇠고기에 맛술 한 스푼 풀어 프라이팬에 볶는다
고기가 익으면
고추장 5숟가락, 호두가루 2 숟가락, 참기름 한 숟가락 넣고 두루치기처럼 다시 볶는다.
약고추장을 조려서 담아두고 계란 후라이도 준비.
산채나물로는 피마자나물, 다래 순, 가지나물, 고구마 줄기, 취나물 등을 준비하여 볶아내고
위에 약고추장, 고기를 얹고 계란 후라이를 올려서
밥과 비벼 먹는다.
아마.. 영산에서 나온 식물로 음식을 해 먹으면 이런 레시피가 나오지 않을까?
영산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담은 시상이므로
산나물이 포함된 비빔밤을
먹으면 제격이겠다.
봄이 오는
이즈음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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