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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Daughter 17

신과 함께, 딸과 함께

​신과 함께​ 한때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짝짓기 시점과 인격 성숙 간의 언밸런스가 존재함을 아셨는지 아니면 모르고 지나쳤는지 암튼 그런 간극을 방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어떤 문제를 유발하는가? 내가 판단하기로 인간 남성이 인간 여성을 선택하는데 너무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으로 결정하는 오류는 그런 불일치 혹은 언밸런스에서 파생되는 것인데 그것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우리 인간 창조주인 신의 '능력 부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하지만 내가 누군가. 기독교 세례교인이 아니던가. 나는 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마음에서 그것은 아마도 너무 완벽한 잣대로 짝을 고르다 보면 종족보존의 과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조처한 거라고 이성(감정이 아닌) 이입해줬다. 그런 이유로 신께서 인..

with Daughter 2025.04.09

봄등산

"아침에 등산 가자더니 안 갈 거니?"침대에 누워있는 둘째에게 물었더니 "늦게 잤어요. 못 갈 수도 있어요."라고 한다.​나는 둘째가 안 가겠다면 안 간다. 일단 외출을 포기하고 난 다음, 나는 TV를 틀어 주말에 송출되는 영화가 뭐 있는지 검색했다. 분명 어제 오전에 내가 검색했던가 프로그램을 훑어보았던 행위들인데 오늘 그걸 기억창고에서 끄집어내어 일상의 스케줄에 늘어놓으려 하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룬~ 이거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님? 한국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던데. 문찌질 대텅은 집안 내력에 치매환자가 있는지 '치매', '치매' 하며 '정부의 지원' 운운 해대던데, 치매 내력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건 젊어서 폭음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

with Daughter 2025.04.06

사유의 유희 3선(選)

1불가사의(不可思議)공중파 방송의 한 군데서 송출하는 을 본방사수하고 하릴없이 빈둥거렸다. 그다음 먹잇감으로 EBS 일요 한국 영화 을 예약했는데 왜 그런지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둘째는 컨디션이 안 좋은가? 세탁기에 빨랫감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돌릴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나도 왜 그런지 상쾌한 기분이 아닌 느낌이 일렁거리길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촉촉한 물은 마음까지 온화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인간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더니 인간은 정말 water친화적인 존재인 모양이다. 알콜친화적인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는 water친화적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기분 전환된 나는 내친김에 설거지를 하고 이어서 세탁기에 중성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넣고 세탁을 명령한 후 거실로 돌아왔다. 이 벌써 ..

with Daughter 2025.04.04

잽잽..

아침에 눈발이 심상치 않길래 출근하러 집을 나설 즈음이라 여겨지는 시간, 둘째에게 카톡을 넣었다. 내가 거주하는 D시는 서해안에 자리 잡고 있어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눈이 잦고 양도 많이 내린다. 한반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쉽게 울릉도를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그건 맞는 떠올림이다. 그담으로는? 사람들 머리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지역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곳, 비탈자치구(강원도)의 험준한 산악지형이다. 그런데 비교적 남부지방에 해당하는 서해안, 전북이나 충청 쪽에 눈발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날린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건 사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그 지역이 강설지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서해바다에서 생성되는 습기 머금은 구름에 기인한다. 바다에서 눈의 생성근거가 그..

with Daughter 2025.04.04

둘째와 하는 연애

​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을 보고 나니 새벽 1시가 되었다. EBS 명화는 너무 늦게 방영한다. 금요 영화는 눈이 피로해 보다가 완감을 포기해야 했다. 왜 이런 시스템이 되었을까? 방송사 정책일까? EBS라면 유시민 누나가 이사장으로 있는 거 아닌가. 아님 정부의 입김 탓인가? 뭐, 내가 속속들이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 그냥 현상에 대한 대응 아니면 반응이나 잘하면 그만이지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토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제 나타나기 시작한 목감기 증세로 빌빌거리며 하루를 소비하게 되었다.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영화 감상하며 새삼스럽게 되새기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아다리가 이렇게 맞아 들어간 거지 뭔 나이 탓? 암튼, 이제 토요일도 가고 새벽으로 달려..

with Daughter 2025.04.04

썩소 날린 날

둘째 딸이 가지고 있는 신공(神功)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화장지 어지르기 및 광속 소비하기.. 화장지 한 박스를 사다 놓으면 술술술 실이 풀려나가듯 화장지가 화장실 휴지통으로, 둘째 방 침대 위나 탁자 혹은 방바닥으로 위치 이동한다. 그리고 둘째가 머리 손질하고 전신거울로 외출 변신한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데 사용되는 자기 언니방 책꽂이 사이사이로 화장지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아마도 둘째 눈에는 화장지들이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게 틀림없는 듯하다. 맨날 내가 쫓아다니며 치워야 하니까.. 여자가 되어서 아빠가 화장실 휴지통에 수북이 쌓아놓은 밑 닦은 종이며, 핏빛 머금은 생리대를 치우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설마 아무렇지도 않을까.. 쪽팔리거나 수치스럽거나 그래야 하지 않나? 그런데..

with Daughter 2025.04.01

통찰

​ 약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마음이 수수로웠는지 딸의 알바인생의 전말을 지켜보면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동안 딸은 동네의 편의점에서 알바자리를 구하려 면접일자를 받아 놓은 상태에서 인천공항 입주 편의점에 사표를 냈다. 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 다음 사표 내도록 누누이 조언을 주었건만 둘째는 내가 그렇게 하는 걸 승인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내 기억엔 승인해 준 적이 없는데 둘째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나의 태도가 잠정적인 승인의 처사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둘째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내가 살면서 후회한 것 중 하나가 있다.자식들이 미성년자일 때 주택청약저축 통장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그런 필요성과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냥 깜빡하고 지나가버린 것..

with Daughter 2025.03.31

삶의 장면 1,2,3

장면 1​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딸 : 요즘 스마트 라식이란 게 생겼다는데딸 : 부작용을 최소화한 거래여나 : 일본의 안과 의사는 라식 안 하던데.. 완전히 안전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딸 : 요즘 새로운 기계가 나와서딸 : 좀 좋아진 거 같던데 자세히 보진 않았어요딸 : 그때랑은 다르니까나 : 집에서 얘기하자​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딸 : 근데 비싸여딸 : 250 정도래여딸 : 돈 모아서 할까 말까 고민되는데 사치일까요나 : 안경 쓴 게 멋을 내는 한 방법이 되기도 하는데 꼭 라식할 필요가 있겠니?나 : 가능성이 낮다 해도 의료사고의 위험성도 있고..딸 : 도수가 없으면 괜찮지만 도수 있어서 눈이 작아 보여요 글고 렌즈도딸 : 기스 많이 나서 몇 년에 한 번씩 바꿔야 되는데딸 :..

with Daughter 2025.03.29

잊절과 핼러윈 사이에서 길잃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마트에서 둘째가 고른 장본 물품들을 꺼내 정돈했다.나와 둘째 두 사람을 놓고 본다면, 뭐 재삼자이거나 아님 위에 계신 그분이 그리한다면, 비슷한 성향이니 좀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느니 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상황이 펼쳐진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정리 정돈하는 따로 있다는 식으로..하지만 솔까말 정돈이라는 게 뭐 별거 있나. 주섬주섬 챙겨서 냉장고에 칸칸이 집어넣으면 땡이다. 냉동고에 들어갈 건? 없는 것 같았다. 나홀로 노는 것처럼 그러는 사이, 둘째는 먼저 플라스틱 계란 꾸러미에서 알을 한 개 꺼내 기름으로 튀기는가 싶더니 매운맛 쇠고기 카레덮밥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그리고 사온 홍시 한 알을 꺼내 먹고 다시 같이 사 온 바나나 한 알을 꺼내 먹는다. 평..

with Daughter 2025.03.29

마트 테러

어젯밤 자는 데 문자가 왔다. '아파서 내일 쉬어요' 다 아는 얘기지만 단문의 문자는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화면에 전체 내용이 고스란히 뜬다.열어보지 않아도 핵심과 전말을 읽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읽은 티를 내지 않았으므로 별도의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읽씹 했다는 걸 상대방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방에서 자고 있는 딸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녀석이 곳곳에 널부려놓은 휴지와 비닐봉지들을 분리수거통에 집어넣고 검은콩 건빵 1 봉지와 아메리카노 커피 한 병을 꺼내 먹었다. 티브를 켜니 진부한 뉴스들이 진부한 앵커들의 입을 통하여 내 생활공간으로 들어오더니 진부한 나를 어지럽힌다. 검정콩 건빵을 씹다가 궁리질한다. 검정콩 건빵이라 하지만 정말 콩이 함유된 비율은 극히 일부일 텐데 나는 광고하는..

with Daughter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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