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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 Story 20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7 - 검은 염소의 눈망울

계절의 수레바퀴가 놀이동산의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처럼 정신없이 돌고 돌았다. 나라의 수첩공주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주술을 부리며 요망한 여인을 푸른 기와집에 들이다가 대중의 분노를 얻어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공주가 감옥에서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는 동안, 달빛 신사가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하여 나라의 손자 돼지와 센세이셔널한 만남을 성사시켰다. 섬나라처럼 고립되어 있는 나라가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도보 다리 하나를 나라 지경에 걸쳐 놓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행자에게 있어서 - 라인은 여전히 봉쇄된 채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세월은 때로 무섭고 잔인하게 흘러간다. 가는 세월을 잡을 방도가 없자, 어느 날 겉사람 목(木)은 자신의..

South Korea Story 2025.04.24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6 - 첫경험 해프닝

여행 연기를 결정하고 난 후, 그녀가 직원들과 회식할 때 들르곤 하였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 하였다. 레스토랑에 가는 도중에도 나는 여행 연기한 사실에 못내 아쉬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우린 무슨 이야기를 하였지? 지금도 습관처럼 그날의 일을 복기해 보곤 한다. "당신, 언제 첫 경험을 했어요?"​그녀가 왜 그런 질문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나의 신상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별로 하지 않던 사람인데.. 여행지에서 여성들과 겪었던 사연들을 입에 올리기 좋아했던 나의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품위 있고 예의 바른 그녀가 질문의 화살을 그런 식으로 가슴에 내리꽂았을 리 만무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유혹에 그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오픈해 버린 나무처럼 나는 ..

South Korea Story 2025.04.24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5 - 1박2일 여행

카페에서 '돌싱의 일상'이라는 카테고리에 글쓰기 시작한 것은 앞에서 밝힌 바 있다.그러나 여행자에게 나라는 하나의 경유지에 불과하였다. 부초 같은 존재는 여행지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법이다. 따라서 여행지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지닌 토착화된 형질에 나의 성향을 믹싱 한다는 것은 성공하기 어려운 미션이었다. 나의 무의식에 잠재한 속마음은 달랐을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그리했다. 그래서 카페 리씽에 글 쓸 때 일상의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을 카테고리를 찾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상당히 조심성이 많은 존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이곳 을 스스로 여행지로 선택해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아니 어느 날뿐 아니라 모년 모월 ..

South Korea Story 2025.04.24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4 - Love Car

사유해 보자. 소중했던 우리 사랑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까?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들만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세상 사람들의 모든 사랑은 케바케(case by case) 일 수밖에 없으며, 나는 지금 지구별 여행에서 겪었던 유일무이한 사랑, 'Drive and Stop Love'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자동차 안에서 데이트 즐기는 방식은 21세기에 생겨난 것이다. 사실 제한된 공간에서 나누는 수다와 스킨십을 가리켜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 받아들이게 된 사랑 방정식이니까. 나라는 유교문화의 잔재를 완전 청산하지 못하였으므로, 인기 가수나 배우들이 연애하려면 참 힘든 지경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3 - 리씽에서 만남을...

3 S시에서의 안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K국 인기가수 조영남이 출연했던 체험 삶의 현장과 같은 여행지를 추천받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제안을 응하였다. OK 사인을 보내고 난 후 나는 정착촌 S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D시 H철공소를 주말마다 오가는 현장 숙식 체험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라고 하여도 싫증을 느낄 때가 온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양고기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하루 이틀이지 열흘이 지나면서부터는 소스와 향신료를 어떻게 조합하여 식탁에 대령시켜도 역하고 노릿한 냄새가 비강과 목구멍을 진동시키는 듯 공격해 오게 된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비양심적인 한국인이 운영하는 값비싼 코리안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2 - S시에 대한 고백서

2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정신줄을 잃은 것일까? 히타이트는 고장 난 시계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얘기인즉슨, 히타이트는 어떤 경로로 이상한 나라 K에 당도하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웜홀을 통과하고 나서 빛의 속도보다 몇백 배 더 빠르게, 아니 정신세계의 흐름을 뛰어넘는 속도로 K 국에 입국하였었나? 가물거리는 기억의 언저리에 람시스가 뭔가 하는 이름 석자가 떠올랐다가 반딧불이처럼 사라졌다. 스스로가 '별'인 줄 알았다는 그 개똥벌레처럼 히타이트의 정신세계도 지금 섬망이 망실된 것인지도 모르지. 아니, 카프카의 분신 그레고르(Gregor)가 방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충(딱정벌레)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나는 어느 날 일어나니 이상한 나라 K에 들어와 있었고, 그 나라 옆구리에 위치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1 - 매너리즘에 빠진 이상한 나라의 여정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1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아니면 마크 트웨인이 지어낸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를 읽어 보았는가?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걸리버와 함께 거인국과 소인국과 외눈이 나라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이야기를 읽을 자격을 갖춘 것이다. 아니, 아니. 이젠 그런 거 다 안 읽어봤어도 상관없다. 지금 당신은 매드맨 트럼프와 또라이 머스크가 브로맨스의 연장선에서 벌이고 있는 미친 세상을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가 알던 그 세상인가 심히 의심스러워하지 않는가. 트럼프와 머스크의 난리 브루스가 아니더라도 윤가놈과 이가놈이 개지랄을 떨었던 지난 6개월의 여정을 우리는 원치 않게 함께 ..

South Korea Story 2025.04.10

제1장 은둔지국의 닭여왕 / 12 - 야간 순찰 체험

12   지난밤 히타이트는 야간순찰 체험 여행을 했다. 꼬레아 철공소는 유럽의 그것보다 상당히 삭막해 보였었다. 드넓은 철공소 안에는 끓여 낸 쇳물을 토피도라 불리는 차에 싣고 철길을 따라 다음 공정이 진행되는 공장으로 이송하는 구간이 존재한다. 히타이트가 20년 전 유럽의 부자나라 덕국(Germany)을 방문했을 때 내륙지방에 위치한 철공소를 견학한 적이 있었다. 그 나라의 철공소는 마치 전원지방에 자리 잡은 것 마냥 아름답고 목가적이었다. 쇳물을 실어 나르는 철길 위의 토피도카를 보면 시골여행을 나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대자연 속에 숨 쉬듯 어울리는 모습으로 스며들어 있는 덕국의 철공소는 히타이트가 지구행성에서 처음으로 접해 본 대장간이었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꼬레..

South Korea Story 2025.03.23

제1장 은둔지국의 닭여왕 / 11 - 프리미어 12

11  히타이트는 지난주 색다른 체험을 했다. 여행지에서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기 때문에 그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꼬레아는 원숭이국과 견원지간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그렇다고 꼬레안이 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언제나 경기외적인 혹은 실력외적인 요소가 작용한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그 경기외적인 요인이란 과거 꼬레아국을 점령했던 원숭이에게만은 결코 지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본능적 오기가 꼬레안 대표선수들에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축구경기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었다. 본능적 오기가 발동되는 기제는 과거의 식민지 역사 위에 덧칠 입혀지듯 축구경기가 가지는 시대적 화두가 점철되어 있는 데 있었다.  축구란 직접적으로 몸을 부딪히며 하는 경기인데다가..

South Korea Story 2025.03.23

제1장 은둔지국의 닭여왕 / 10 - 그해 오월

10  어느 날 히타이트는 꼬레아의 낡은 앨범 속에서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을 꺼내 보았다. 그 사진은 히타이트가 지구별 꼬레아땅으로 온 다음 해 푸른 오월에 벌어진 아주 중요한 사건현장을 담은 것이었다. 사진을 보니 중앙에 당당한 자세로 버티고 선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별 두 개 달린 군복차림의 남자가 있다. 오, 그건 바로 닭여왕의 아비 장닭이 아닌가. 장닭 한 마리가 그 주위를 호위하는 왼편의 장끼, 그리고 오른 편의 오골계 한 마리를 아우르며 뻐기듯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해 푸르른 오월하고도 열여섯째 날, 꼬레아를 장악한 장닭은 이후 18년간 군부지도자, 일반 지도자, 막강한 지도자를 거쳐 영도적 지도자가 되어 동강 난 반도 남반부를 쥐락펴락 통치하였다. 그리고 사진 속의 함께한 인물..

South Korea Story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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