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카프카 2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2 - S시에 대한 고백서

2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정신줄을 잃은 것일까? 히타이트는 고장 난 시계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얘기인즉슨, 히타이트는 어떤 경로로 이상한 나라 K에 당도하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웜홀을 통과하고 나서 빛의 속도보다 몇백 배 더 빠르게, 아니 정신세계의 흐름을 뛰어넘는 속도로 K 국에 입국하였었나? 가물거리는 기억의 언저리에 람시스가 뭔가 하는 이름 석자가 떠올랐다가 반딧불이처럼 사라졌다. 스스로가 '별'인 줄 알았다는 그 개똥벌레처럼 히타이트의 정신세계도 지금 섬망이 망실된 것인지도 모르지. 아니, 카프카의 분신 그레고르(Gregor)가 방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충(딱정벌레)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나는 어느 날 일어나니 이상한 나라 K에 들어와 있었고, 그 나라 옆구리에 위치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차단기 기둥 곁에서 - 서대경

차단기 기둥 곁에서서대경 어느 날 나는 염소가 되어 철둑길 차단기 기둥에 매여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염소가 될 이유가 없었으므로, 염소가 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라 생각했으나, 한없이 고요한 내 발굽, 내 작은 뿔, 저물어가는 여름 하늘 아래, 내 검은 다리, 내 검은 눈, 나의 생각은 아무래도 염소적인 것이어서, 엄마, 쓸쓸한 내 목소리, 내 그림자, 하지만 내 작은 발굽 아래 풀이 돋아나 있고, 풀은 부드럽고, 풀은 따스하고, 풀은 바람에 흔들리고, 나의 염소다운 주둥이는 더 깊은 풀의 길로, 풀의 초록, 풀의 고요, 풀의 어둠, 풀잎 매달린 귀를 간질이며 기차가 지나고, 풀의 웃음, 풀의 속삭임, 벌레들의 푸른 눈, 하늘을 채우는 예배당의 종소리, 사람들 걸어가는 소리, 엄마가 날 부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