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7일,
딸이 반려냥 '만두'를 케어해 주러 행차하신다고 기별이 왔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여름이를 보고싶어하는 어머니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서 여름이와 한나절 보내고 다시 어머니를 서울 방화동으로 모셔드리는 게 좋겠어'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마침 큰딸이 인천 집에 들르기로 한 날이라서 둘째 딸의 방문일정을 조율했고, 또 큰딸이 오면 할머니를 뵈러 방화동에 들를 터이니까 겸사겸사 '1타 3피'의 이득을 챙기기로 한 것이다.
거실이다. 뒤 소파에 앉아있는 이가 오른쪽 가장자리로 드러나 보인다. 어머니다.
여름에게는 외증조할머니(이하, 증조할머니로 약칭함)인 셈이다.
여름이는 엄마 품에 안긴채 증조할머니를 쳐다보는데
보자마자 베시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니?
이건 뭐지?
나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나로 말하자면 지난 4월 11일, 그리고 5월 5일 여름이가 인천 방문할 때 겪었던 경험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가지고 관심의 연장선에서 '관찰'하는 태도의 일환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곤 하던 아기, 그런데 내가 더 가까이 접근하면 울음을 터뜨리곤 하던 아기..
그때 궁리질의 나래를 펼쳐 도달한 결론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과도한 관심이나 접근은 여름이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므로 자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증조할머니는 보자마자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다니..
이거 무슨 일이래?
내 기억으로는 여름이와 접촉은 여름이 증조할머니보다 내가 더 많았는데..
지난번 여름이 100일 때 수원집을 방문하여 첫 대면하고 오늘이 증조할머니와는 두 번째 대면인데 우째 이런..
그러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머리를 굴리고 굴리고 굴려서 도달한 새로운 결론이 하나 생겼다.
아, 내 인상이 더러운 가보다..
증조할머니는 처음 볼 때부터 따뜻한 미소로 대해주었던 기억이 저 아가 뇌리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야.
나는 표정이 섬세하지도 않고 부드러운 미소도 머금는 스탈이 아니다 보니
내가 찍사노릇하며 여름이게 접근하면 여름이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감시, 주시, 관찰, 경계하는 모양인데
증조할머니에겐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야.
그런 자아비판을 한다..
아니, 이건 뭥미?
큰 딸은 첫 대면하는 날인데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지 않고 대면대면하는 듯하니
여름이는 자기 '이모'에게 또 다른 표정을 내비친다.
앙~
나는 0세 아기의 표정에서 참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저 아가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진짜가 아닐까?
증조외할머니와 망중한
증조외할머니 품에서 망중한을 보내는 여름..
딸아이 엄마는 일찍 세상을 떠나 이제 외할머니역할을 증조외할머니가 해주신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증조외할머니 옆의 가족들
첫 대면하는 '이모(큰 딸)'와는 대면대면하고,
나(외할아버지)랑은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중이다.
매우 좋은 징조다.
여름이는 내 품에 안겼다가,
증조외할머니를 쳐다보고는 다시 그쪽으로 안기기를 반복한다.
아기들의 심정이란 다 그런 거지..
증조외할머니와 망중한 2차
엄마에게 붙잡혀서 감기약 먹기
엄마에게서 풀려남
엄마 앞에서 짝짝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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