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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잽..

아침에 눈발이 심상치 않길래 출근하러 집을 나설 즈음이라 여겨지는 시간, 둘째에게 카톡을 넣었다. 내가 거주하는 D시는 서해안에 자리 잡고 있어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눈이 잦고 양도 많이 내린다. 한반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쉽게 울릉도를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그건 맞는 떠올림이다. 그담으로는? 사람들 머리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지역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곳, 비탈자치구(강원도)의 험준한 산악지형이다. 그런데 비교적 남부지방에 해당하는 서해안, 전북이나 충청 쪽에 눈발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날린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건 사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그 지역이 강설지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서해바다에서 생성되는 습기 머금은 구름에 기인한다. 바다에서 눈의 생성근거가 그..

with Daughter 2025.04.04

둘째와 하는 연애

​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을 보고 나니 새벽 1시가 되었다. EBS 명화는 너무 늦게 방영한다. 금요 영화는 눈이 피로해 보다가 완감을 포기해야 했다. 왜 이런 시스템이 되었을까? 방송사 정책일까? EBS라면 유시민 누나가 이사장으로 있는 거 아닌가. 아님 정부의 입김 탓인가? 뭐, 내가 속속들이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 그냥 현상에 대한 대응 아니면 반응이나 잘하면 그만이지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토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제 나타나기 시작한 목감기 증세로 빌빌거리며 하루를 소비하게 되었다.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영화 감상하며 새삼스럽게 되새기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아다리가 이렇게 맞아 들어간 거지 뭔 나이 탓? 암튼, 이제 토요일도 가고 새벽으로 달려..

with Daughter 2025.04.04

썩소 날린 날

둘째 딸이 가지고 있는 신공(神功)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화장지 어지르기 및 광속 소비하기.. 화장지 한 박스를 사다 놓으면 술술술 실이 풀려나가듯 화장지가 화장실 휴지통으로, 둘째 방 침대 위나 탁자 혹은 방바닥으로 위치 이동한다. 그리고 둘째가 머리 손질하고 전신거울로 외출 변신한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데 사용되는 자기 언니방 책꽂이 사이사이로 화장지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아마도 둘째 눈에는 화장지들이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게 틀림없는 듯하다. 맨날 내가 쫓아다니며 치워야 하니까.. 여자가 되어서 아빠가 화장실 휴지통에 수북이 쌓아놓은 밑 닦은 종이며, 핏빛 머금은 생리대를 치우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설마 아무렇지도 않을까.. 쪽팔리거나 수치스럽거나 그래야 하지 않나? 그런데..

with Daughter 2025.04.01

통찰

​ 약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마음이 수수로웠는지 딸의 알바인생의 전말을 지켜보면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동안 딸은 동네의 편의점에서 알바자리를 구하려 면접일자를 받아 놓은 상태에서 인천공항 입주 편의점에 사표를 냈다. 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 다음 사표 내도록 누누이 조언을 주었건만 둘째는 내가 그렇게 하는 걸 승인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내 기억엔 승인해 준 적이 없는데 둘째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나의 태도가 잠정적인 승인의 처사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둘째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내가 살면서 후회한 것 중 하나가 있다.자식들이 미성년자일 때 주택청약저축 통장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그런 필요성과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냥 깜빡하고 지나가버린 것..

with Daughter 2025.03.31

삶의 장면 1,2,3

장면 1​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딸 : 요즘 스마트 라식이란 게 생겼다는데딸 : 부작용을 최소화한 거래여나 : 일본의 안과 의사는 라식 안 하던데.. 완전히 안전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딸 : 요즘 새로운 기계가 나와서딸 : 좀 좋아진 거 같던데 자세히 보진 않았어요딸 : 그때랑은 다르니까나 : 집에서 얘기하자​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딸 : 근데 비싸여딸 : 250 정도래여딸 : 돈 모아서 할까 말까 고민되는데 사치일까요나 : 안경 쓴 게 멋을 내는 한 방법이 되기도 하는데 꼭 라식할 필요가 있겠니?나 : 가능성이 낮다 해도 의료사고의 위험성도 있고..딸 : 도수가 없으면 괜찮지만 도수 있어서 눈이 작아 보여요 글고 렌즈도딸 : 기스 많이 나서 몇 년에 한 번씩 바꿔야 되는데딸 :..

with Daughter 2025.03.29

잊절과 핼러윈 사이에서 길잃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마트에서 둘째가 고른 장본 물품들을 꺼내 정돈했다.나와 둘째 두 사람을 놓고 본다면, 뭐 재삼자이거나 아님 위에 계신 그분이 그리한다면, 비슷한 성향이니 좀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느니 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상황이 펼쳐진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정리 정돈하는 따로 있다는 식으로..하지만 솔까말 정돈이라는 게 뭐 별거 있나. 주섬주섬 챙겨서 냉장고에 칸칸이 집어넣으면 땡이다. 냉동고에 들어갈 건? 없는 것 같았다. 나홀로 노는 것처럼 그러는 사이, 둘째는 먼저 플라스틱 계란 꾸러미에서 알을 한 개 꺼내 기름으로 튀기는가 싶더니 매운맛 쇠고기 카레덮밥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그리고 사온 홍시 한 알을 꺼내 먹고 다시 같이 사 온 바나나 한 알을 꺼내 먹는다. 평..

with Daughter 2025.03.29

마트 테러

어젯밤 자는 데 문자가 왔다. '아파서 내일 쉬어요' 다 아는 얘기지만 단문의 문자는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화면에 전체 내용이 고스란히 뜬다.열어보지 않아도 핵심과 전말을 읽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읽은 티를 내지 않았으므로 별도의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읽씹 했다는 걸 상대방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방에서 자고 있는 딸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녀석이 곳곳에 널부려놓은 휴지와 비닐봉지들을 분리수거통에 집어넣고 검은콩 건빵 1 봉지와 아메리카노 커피 한 병을 꺼내 먹었다. 티브를 켜니 진부한 뉴스들이 진부한 앵커들의 입을 통하여 내 생활공간으로 들어오더니 진부한 나를 어지럽힌다. 검정콩 건빵을 씹다가 궁리질한다. 검정콩 건빵이라 하지만 정말 콩이 함유된 비율은 극히 일부일 텐데 나는 광고하는..

with Daughter 2025.03.29

매일 부활하는 남자

​ 어제 출근동행으로 인천공항 2청사까지 가서 둘째를 마중보내고 난 후 나는 공항에서 바로 귀가한 것은 아니었다.​ 나 홀로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서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그곳에서 아마도 여행 떠나는 승객들에게 초점을 맞춰 선별된 작가의 책들, 출판사에서 기획단계를 거치며 구매력을 짜내기 위해 기발하게 치장된 책표지를 구경하며, 또 습관처럼 여행 서적 한 권을 꺼내보았다.  정여울이라는 여자가 암스테르담을 트랜싯 하며 지나치기만 하다가 기차를 타고 들어가서 고흐 미술관을 찬찬히 둘러 본 그림 감상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한국에서 미술하면 고흐가 아니던가. 그 책표지를 보면서 고흐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서 나는 이제 고흐 좋아한다는 얘기를 함부로 입 밖에 내놓지 말고 속으로 되..

with Daughter 2025.03.29

출근 동행

​ 12시가 넘어 둘째가 출근 차비를 한다. 나는 급히 계획했던 헬스장 가는 걸 포기하고 둘째를 따라나서며 변명했다. "아, 오랜만에 인천공항 구경 좀 하려고 그래.." 둘째는 흔쾌히 나의 동행을 허락한다.​ 둘째가 외출하려 폼 잡으니 그녀의 식구인 냥이가 어느새 조르르 달려 나와 배웅하듯 쪼그리고 앉는다.물론 그건 냥의 속내를 헤아려서 하는 말이다. 내가 만두(냥)의 소리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나의 감정으로 반려캣의 심리를 해독하는 것이다. 아무리 냥이의 언어를 모른다 해도 그 표정과 그 몸짓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냥이와 동거 생활이 길어지니 오히려 그 행동거지가 냥이의 것이 아니라 강쥐의 것처럼 보여 의아하게 여겼던 점은 있었지만.. 그러나 겪어보니 알게 되는 사실 하나는 동물이란 가..

with Daughter 2025.03.29

1 순위자와 2 순위자

가을인데 그곳에 다녀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사실은 그곳에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똥 싸고 밑을 안 닦은 것처럼 해야 할 일을 하지 아니하였을 때 엄습해 오는 기분 이상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큰 딸이나 둘째나 어느 누구도 나에게 아무런 싸인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꼭 그 아이들의 요청이 있어야 그곳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1 순위자와 2 순위자의 관계.이런 이상한 관계가 나의 딸들과 나 사이에 가로 놓여있다는 사실을 언제 인지하게 되었지? 뭐 과정은 차치하고 결론만 놓고 말하면 나는 2 순위자였다. 그리하여 한동안 나는 2 순위자이기 때문에 나의 의사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혹여 나의 의사가 있다 해도 1 순..

with Daughter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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