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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8 4

뚱딴지 같은 일기

어제 아침 둘째는 휴일인데 출근한다면서 말했다."2만 원만 빌려주세요. 휴일근무자 대근해주면 밤에 일비 입금될 거예요." 나는 순간적으로 '욱' 하는 송충이가 내면의 감방을 탈출하여 몸 밖으로 튀어나오는 걸 느꼈다. 서대경 시인은 술이나 마시면 내면의 원숭이가 튀어나온다 했는데 나는 성질머리가 더러워지면 비슷한 현상을 일어난다. 순간적인 변신기제를 제어하는 노하우가 아직까지 신체에 장착되지 못한 것이다.​"너 월급 120만 원 수령한 게 언제라고 벌써 돈 빌려달라는 거냐?""120 중에서 교통비 13 나가고 저금하려고 아버지에게 30 이체시켰잖아요.""그래도 그렇지. 그거 제외하면 7,80이 남는데 그걸 열흘 만에 다 닦아 썼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구" 나는 몸은 식탁 언저리에 세워놓고 둘째와 대치하도..

with Daughter 2025.03.28

나는 한 마리 콘도르

주말이 되어 서울집에 올라온 나.둘째는 다행스럽게도 오늘 출근하였다. 오후 3시에 시작해서 밤 10시에 끝나는 편의점 알바. 인천공항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해외 나갈 일이 없는 사람은 인천공항에 가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멀리서나마 둘째가 일하는 모습 훔쳐보기 하는 걸 하지 않았다. 신파 드라마 보면 배우 최수종이는 그런 거 잘하던데..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방식은 매우 소극적이다.​ 아침에 "오늘 출근할 거니" 물으니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 얘기 들어보고요"라고 말했던 둘째. 내가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나만의 꿍꿍이속 작업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일어나 냉동고에 쟁여놓은 닭 가슴살 한 봉지를 꺼내 전자레인지로 데워 식사를 하는가 싶더니 또 어느새..

with Daughter 2025.03.28

집안 내력

우리 가족은 명절이면 돌아가면서 집들이 같은 모임을 가진다. 추석과 설날, 그리고 어버이날이나 엄니 생신이 그 집들이의 대상이 된다. 장소는 엄니가 정하시면 그 명에 맞추어 우리 형제는 돌아가면서 집들이를 하는 셈이다. 형제는 2남 2녀다. 60년대 출생자들인 우리 형제는 그 시절 평균 기준에 맞는 가족수로 형제를 구성했던 것이다. 알고 계시는지. 베이비 부머 세대인 셈인데 그때 제일 좋은 자녀숫자가 바로 2남 2녀였다. 그 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들 딸 구별 말고 등등 해괴한 출산구호를 등장시키면서 인구억제정책을 펴왔던 세상을 나와 나의 형제들은 살았다. 이제는? 다 잘알고 있잖은가. 아기를 낳으면 국가에 애국하는 세상이 되었고, 각 지자체마다 출산 장려금이니 무슨 장려금이니 하면서 출산유도 정책..

with Daughter 2025.03.28

그녀와 나 사이에 '희망'이란?

​지금 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당시 철강회사 생산공장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다. 지방 해안도시인지라 나홀로 직장이 위치한 그 도시에서 주중이면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기숙 겸 아파트와 공장을 왔다리갔다리 하며 생활하고,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서울로 씽씽 왕래하는 처지였다. 그럼 가족 구성원은? 나에게 가족이라고 해봤자 연로하신 어머니와 성인이 된 두 딸이 전부다. 아이 엄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지 몇 해던가.. 암튼, 나는 주말이면 서울 집으로 올라와서 어머니와 딸을 보고 다시 지방도시로 내려가 직장 생활하는 삶의 쳇바퀴를 타는 다람쥐였다. 다람쥐는 한해, 두 해를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을 반복해서 굴러먹어도 불평이나 새로운 모색을 할 생각이 없는 존재다. 그런 나에게 ..

with Daughter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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