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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9 4

자연스러운 일​ - 임유영

자연스러운 일 ​- 임유영 술을 끊은 지 여든 날쯤 지났나, 고등학교 동창인 Q와 연락이 닿았다. Q는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이미 첫째는 여섯살이고 한 달 전 둘째를 낳았다고 했다. Q의 목소리로 그 소식을 직접 듣자니 가슴속이 따뜻하고 커다란 젤리로 출렁이는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온화하고 명랑했다. Q는 우리가 대학생 때 함께 종로에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결혼과 출산처럼 큰일을 서로에게 알리지 않고 살아왔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Q는 휴식을 하고 고향에 내려와 있으니 옛친구들 생각이 났다고 한다. 내 이름을 검색해보다가 내가 시인이 된 것을 알게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Q와 함께 있으면 그의 다정한 기운에 안심이 되었다. 나..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4 - Love Car

사유해 보자. 소중했던 우리 사랑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까?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들만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세상 사람들의 모든 사랑은 케바케(case by case) 일 수밖에 없으며, 나는 지금 지구별 여행에서 겪었던 유일무이한 사랑, 'Drive and Stop Love'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자동차 안에서 데이트 즐기는 방식은 21세기에 생겨난 것이다. 사실 제한된 공간에서 나누는 수다와 스킨십을 가리켜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 받아들이게 된 사랑 방정식이니까. 나라는 유교문화의 잔재를 완전 청산하지 못하였으므로, 인기 가수나 배우들이 연애하려면 참 힘든 지경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3 - 리씽에서 만남을...

3 S시에서의 안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K국 인기가수 조영남이 출연했던 체험 삶의 현장과 같은 여행지를 추천받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제안을 응하였다. OK 사인을 보내고 난 후 나는 정착촌 S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D시 H철공소를 주말마다 오가는 현장 숙식 체험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라고 하여도 싫증을 느낄 때가 온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양고기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하루 이틀이지 열흘이 지나면서부터는 소스와 향신료를 어떻게 조합하여 식탁에 대령시켜도 역하고 노릿한 냄새가 비강과 목구멍을 진동시키는 듯 공격해 오게 된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비양심적인 한국인이 운영하는 값비싼 코리안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2 - S시에 대한 고백서

2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정신줄을 잃은 것일까? 히타이트는 고장 난 시계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얘기인즉슨, 히타이트는 어떤 경로로 이상한 나라 K에 당도하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웜홀을 통과하고 나서 빛의 속도보다 몇백 배 더 빠르게, 아니 정신세계의 흐름을 뛰어넘는 속도로 K 국에 입국하였었나? 가물거리는 기억의 언저리에 람시스가 뭔가 하는 이름 석자가 떠올랐다가 반딧불이처럼 사라졌다. 스스로가 '별'인 줄 알았다는 그 개똥벌레처럼 히타이트의 정신세계도 지금 섬망이 망실된 것인지도 모르지. 아니, 카프카의 분신 그레고르(Gregor)가 방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충(딱정벌레)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나는 어느 날 일어나니 이상한 나라 K에 들어와 있었고, 그 나라 옆구리에 위치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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