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한때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짝짓기 시점과 인격 성숙 간의 언밸런스가 존재함을 아셨는지 아니면 모르고 지나쳤는지 암튼 그런 간극을 방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어떤 문제를 유발하는가? 내가 판단하기로 인간 남성이 인간 여성을 선택하는데 너무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으로 결정하는 오류는 그런 불일치 혹은 언밸런스에서 파생되는 것인데 그것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우리 인간 창조주인 신의 '능력 부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기독교 세례교인이 아니던가.
나는 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마음에서 그것은 아마도 너무 완벽한 잣대로 짝을 고르다 보면 종족보존의 과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조처한 거라고 이성(감정이 아닌) 이입해줬다. 그런 이유로 신께서 인간들로 하여금 이성(이건 또 다른 이성)의 매력에 최우선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었다고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말이다. 나의 이러한 편들어주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보면 신의 창작 과정에 얼마나 많은 부실공사가 있었는지 수도 없이 지적해댈 수가 있다. 인간의 치아는 아랫니를 웃니보다 더 튼튼하게 설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음식물이나 충치 유발 간식 찌꺼기가 아랫니 쪽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튼튼하게 설계해야 옳았는데 그런 배려가 부족했다. 그게 힘들면 윗니 아랫니 배열이 아닌 오른니 왼니 배열로 하였더라면..
그리고 신님께서 남자는 상체가 발달하고 여자는 하체가 발달하도록 만드신 것 까진 좋은데 그렇다면 남자의 허리는 발달된 상체를 잘 떠받쳐주도록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여자는 생식기가 청결해야 하므로 비뇨기와 구분되게 설계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식기 관리의 어려움이 왜 이리 많이 생기는가. 설계정밀도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은 가 말이다.. 다들 인정하실 것이다. 물론 70년에서 100년 동안 꺼지지 아니하고 쉬임 없이 작동하는 심장을 장착케 하심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데 왜 머리카락은 나이를 먹으면 빠지게 했는지. 머리털과 달리 생식기 윗둔턱의 수풀은 그나마 유지되도록 해주심에 고마운 마음을 품어야 하는 건지..
정말이지 내가 착한 놈이니까 신에게 반발치 않는 거지
너무나 많은 부실설계와 배려 부족함에 대해서
조금만 삐딱했더라면 벌써 오래전에 분기탱천하여 사고를 쳤거나
아니면 탕자의 길을 걸었을는지도 모른다..
딸과 함께
오늘 아침,
일어나니 둘째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녀석이 어디 아픈가?'
나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온밥통은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되고 있어 밥을 볶아서 먹어야 했다. 아침을 챙기는데 둘째가 부시시한 몰골로 키친으로 다가왔다.
'근육통이 있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뜨악~하며 내가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둘째가 말했다.
'어제 음식점 주방 알바를 하고 왔는데 힘들었어요. 그만두는 게 좋겠죠?'
나는 바로 대답해 줬다.
'니가 힘에 부치면 당장 그만둬라. 음식점 입장 고려해 줄 거 없이 바로 그만두겠다고 말해..'
어제 아침에 워킹하고 들어오는 둘째에게 오늘 등산 갈까 물었더니 아침에 운동해서 안 가겠다고 했던 녀석. 저녁에 어딜 외출하나 했더니 음식점 아르바이트하려고 나갔던 모양이었다.
둘째는 인천공항 편의점 알바를 3달 하고 때려치운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엔 녀석이 알바 뛰는데 가장 만만한 것이 편의점 알바였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남자 알바가 신경에 거슬린다고 하소연하더니 결국 스스로 그만두고 말았었다. 그 후 인바운스 알바를 하겠다고 교육받다가 못하겠다고 때려치우고, 방문 교사 일을 해볼까 어쩔까 하기에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영업도 겸해서 떠맡기는 듯싶어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었다.
이를테면 둘째는 정신적으로 아직 세상에 나가 스스로 앞가림할 만큼 내공을 닦지 못한 상태였다. 아마 조물주가 둘째를 만드실 때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나는 둘째가 스스로 독립하도록 지켜보고 조언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독수리가 새끼들이 창공을 향해 비상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에 비하면 쉬워 보이기도 한다. (비상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이 있음)
그러나 나는 둘째가 힘들어하는 모습 보는 게 마음 편치 못하다.
'녀석은 아직도 웹툰 작가가 되고픈 꿈을 가지고 있는 걸까?'
영상디자인 전공한 걸 살려 관련업계에 진출하는 게 제일 좋은데 아직 녀석은 포트폴리오 작성을 하지 못해 정식 입사지원하는 것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내가 독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에 나는 오래 참고 기다릴 뿐이다.
절벽 밑으로 일부러 떨어뜨리고 떨어뜨리고 하던 새끼 독수리가 어느 날 갑자기 어미 품을 떠나 창공을 향해 솟구쳐 오르듯이 나는 둘째의 비상을 간절히 염원하며 봄을 맞이하고 있다. 위에 계신 그분께 원망하지는 않겠다.
....................
둘째는 하루가 지나니 언제 끙끙거렸느냐는 듯 너스레를 떤다.
'알바 그만둔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씹어요.'
나는
'잘했다'
고 말했다.
'하루 일했던 거는 안 주려는 가봐요.'
내가 말했다.
'일당 받기로 하고 일한 거 아니잖니? 그냥 포기해라.'
나는 포기 잘하는 사람이므로 둘째에게 그리 말했지만 속으로는 둘째의 자세에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둘째가 또 한 번의 해프닝을 탈 없이 감내했다면 그것으로 자족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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