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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 20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2 - S시에 대한 고백서

2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정신줄을 잃은 것일까? 히타이트는 고장 난 시계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얘기인즉슨, 히타이트는 어떤 경로로 이상한 나라 K에 당도하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웜홀을 통과하고 나서 빛의 속도보다 몇백 배 더 빠르게, 아니 정신세계의 흐름을 뛰어넘는 속도로 K 국에 입국하였었나? 가물거리는 기억의 언저리에 람시스가 뭔가 하는 이름 석자가 떠올랐다가 반딧불이처럼 사라졌다. 스스로가 '별'인 줄 알았다는 그 개똥벌레처럼 히타이트의 정신세계도 지금 섬망이 망실된 것인지도 모르지. 아니, 카프카의 분신 그레고르(Gregor)가 방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충(딱정벌레)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나는 어느 날 일어나니 이상한 나라 K에 들어와 있었고, 그 나라 옆구리에 위치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1 - 매너리즘에 빠진 이상한 나라의 여정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1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아니면 마크 트웨인이 지어낸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를 읽어 보았는가?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걸리버와 함께 거인국과 소인국과 외눈이 나라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이야기를 읽을 자격을 갖춘 것이다. 아니, 아니. 이젠 그런 거 다 안 읽어봤어도 상관없다. 지금 당신은 매드맨 트럼프와 또라이 머스크가 브로맨스의 연장선에서 벌이고 있는 미친 세상을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가 알던 그 세상인가 심히 의심스러워하지 않는가. 트럼프와 머스크의 난리 브루스가 아니더라도 윤가놈과 이가놈이 개지랄을 떨었던 지난 6개월의 여정을 우리는 원치 않게 함께 ..

South Korea Story 2025.04.10

신과 함께, 딸과 함께

​신과 함께​ 한때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짝짓기 시점과 인격 성숙 간의 언밸런스가 존재함을 아셨는지 아니면 모르고 지나쳤는지 암튼 그런 간극을 방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어떤 문제를 유발하는가? 내가 판단하기로 인간 남성이 인간 여성을 선택하는데 너무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으로 결정하는 오류는 그런 불일치 혹은 언밸런스에서 파생되는 것인데 그것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우리 인간 창조주인 신의 '능력 부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하지만 내가 누군가. 기독교 세례교인이 아니던가. 나는 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마음에서 그것은 아마도 너무 완벽한 잣대로 짝을 고르다 보면 종족보존의 과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조처한 거라고 이성(감정이 아닌) 이입해줬다. 그런 이유로 신께서 인..

with Daughter 2025.04.09

봄등산

"아침에 등산 가자더니 안 갈 거니?"침대에 누워있는 둘째에게 물었더니 "늦게 잤어요. 못 갈 수도 있어요."라고 한다.​나는 둘째가 안 가겠다면 안 간다. 일단 외출을 포기하고 난 다음, 나는 TV를 틀어 주말에 송출되는 영화가 뭐 있는지 검색했다. 분명 어제 오전에 내가 검색했던가 프로그램을 훑어보았던 행위들인데 오늘 그걸 기억창고에서 끄집어내어 일상의 스케줄에 늘어놓으려 하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룬~ 이거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님? 한국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던데. 문찌질 대텅은 집안 내력에 치매환자가 있는지 '치매', '치매' 하며 '정부의 지원' 운운 해대던데, 치매 내력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건 젊어서 폭음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

with Daughter 2025.04.06

나의 무지는 푸르다 - 서대경

나의 무지는 푸르다 - 서대경 나는 결국 이 길 위로 돌아와 있다, 이 길은 무엇인가, 나는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본다, 아무도 없다, 오직 싸늘한 푸른빛에 잠긴 텅 빈 길만이, 저 너머로 끝없이 뻗어가는 소름끼치는 푸름만이 내 앞에 있다, 무엇이 나를 이 길 위로 옮겨다 놓는지 알 수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아이였을 때부터, 아버지의 매질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열세 명의 아버지의 매질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일년에 한두 번, 그러다가 한달에 한두 번, 언제부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이 길 위로 돌아와 있다, 지금은 하루의 대부분, 아니 일년의 대부분, 그런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흘렀고, 나는 이제 서서히 머리가 벗겨지는 나이가 되었다, 집에서 아내가 집어주는 사과 조각..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 · 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저마다 목청껏 불렀다.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겨울밤 하늘로 올라가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회비를 만 원씩 걷고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치..

사유의 유희 3선(選)

1불가사의(不可思議)공중파 방송의 한 군데서 송출하는 을 본방사수하고 하릴없이 빈둥거렸다. 그다음 먹잇감으로 EBS 일요 한국 영화 을 예약했는데 왜 그런지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둘째는 컨디션이 안 좋은가? 세탁기에 빨랫감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돌릴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나도 왜 그런지 상쾌한 기분이 아닌 느낌이 일렁거리길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촉촉한 물은 마음까지 온화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인간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더니 인간은 정말 water친화적인 존재인 모양이다. 알콜친화적인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는 water친화적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기분 전환된 나는 내친김에 설거지를 하고 이어서 세탁기에 중성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넣고 세탁을 명령한 후 거실로 돌아왔다. 이 벌써 ..

with Daughter 2025.04.04

잽잽..

아침에 눈발이 심상치 않길래 출근하러 집을 나설 즈음이라 여겨지는 시간, 둘째에게 카톡을 넣었다. 내가 거주하는 D시는 서해안에 자리 잡고 있어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눈이 잦고 양도 많이 내린다. 한반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쉽게 울릉도를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그건 맞는 떠올림이다. 그담으로는? 사람들 머리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지역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곳, 비탈자치구(강원도)의 험준한 산악지형이다. 그런데 비교적 남부지방에 해당하는 서해안, 전북이나 충청 쪽에 눈발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날린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건 사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그 지역이 강설지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서해바다에서 생성되는 습기 머금은 구름에 기인한다. 바다에서 눈의 생성근거가 그..

with Daughter 2025.04.04

둘째와 하는 연애

​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을 보고 나니 새벽 1시가 되었다. EBS 명화는 너무 늦게 방영한다. 금요 영화는 눈이 피로해 보다가 완감을 포기해야 했다. 왜 이런 시스템이 되었을까? 방송사 정책일까? EBS라면 유시민 누나가 이사장으로 있는 거 아닌가. 아님 정부의 입김 탓인가? 뭐, 내가 속속들이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 그냥 현상에 대한 대응 아니면 반응이나 잘하면 그만이지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토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제 나타나기 시작한 목감기 증세로 빌빌거리며 하루를 소비하게 되었다.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영화 감상하며 새삼스럽게 되새기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아다리가 이렇게 맞아 들어간 거지 뭔 나이 탓? 암튼, 이제 토요일도 가고 새벽으로 달려..

with Daughter 2025.04.04

썩소 날린 날

둘째 딸이 가지고 있는 신공(神功)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화장지 어지르기 및 광속 소비하기.. 화장지 한 박스를 사다 놓으면 술술술 실이 풀려나가듯 화장지가 화장실 휴지통으로, 둘째 방 침대 위나 탁자 혹은 방바닥으로 위치 이동한다. 그리고 둘째가 머리 손질하고 전신거울로 외출 변신한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데 사용되는 자기 언니방 책꽂이 사이사이로 화장지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아마도 둘째 눈에는 화장지들이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게 틀림없는 듯하다. 맨날 내가 쫓아다니며 치워야 하니까.. 여자가 되어서 아빠가 화장실 휴지통에 수북이 쌓아놓은 밑 닦은 종이며, 핏빛 머금은 생리대를 치우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설마 아무렇지도 않을까.. 쪽팔리거나 수치스럽거나 그래야 하지 않나? 그런데..

with Daughter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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