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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 20

이향견문록 - 유재건

"람시스, 이번 여행은 우리의 고전으로 정했어. 18세기니까 고전이라 해도 거의 우리 시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경에 있는 곳이야. 왜, 너 잘 알잖니? 김려선생의 '문여하소사'라는 시조문학. 그 시대와 가까운 때 조선이라는 나라의 중인이하 변변찮은 사람들(오늘날로 치면 서민들) 이야기를 담은 건데. 어때 구미가 당기니?"히타이트가 오랜만에 문학여행을 계획하면서 람시스를 꼬드긴다. 너무 그림에만 빠져있던 게 마음에 걸려서 글의 나라에 대한 균형잡힌 감상을 추진하려는 것이었다. "오, 그래. 조선의 문학이니, 중인이하의 인간들 삶이이 이런 건 별로 관심을 기울여본 적은 없는데 김려시인과 동시대의 이야기라니 그나마 귀가 솔깃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은 일어나네..""됐어, 그 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의 것을 준비..

시대의 우울 - 최영미

시대의 우울 - 최영미 그처럼 당연한 일을 하는데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했던가박정희가 유신을 거대하게 포장했듯이우리도 우리의 논리를 과대 포장했다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관념으로 도배된 자기도취와 감상적 애국이연구실에서 광장으로, 감옥에서 시장으로 나온 흑백논리가종이에 인쇄되어 팔리는이것이 진보라면 밑씻개로나 쓰겠다아니 더러워서! 밑씻개로도 쓰지 않겠다. ........................... 나의 감상​램 교수가 뻘짓을 하여 우리를 분노케 하였다. 여기서 램 교수란 하버드 로스쿨 교수 존 마크 램지어를 말하며, 뻘짓 혹은 그가 한 망언이란 2021년 3월,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

수상한 소문 - 필립 얀시

의 1부 2장은을 언급하고 있습니다.그가 말하는 또 다른 세상이란 무엇일까요? 만약 그것이 종교인들이 말하는 내세를 지칭한다고 전제하면, 지구별 인간들 중에는 '또 다른 세상'의 '존재함'을 믿는 사람도 있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양'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방목장에서 발아래를 살피며 조심스레 조깅하면서 양의 관점에서 보는 삶은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보았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 그놈들은 고개를 처박고 우거진 푸른 풀을 찾아 돌아다닌다. 성가신 개는 툭하면 짖어대고 발굽을 물어댄다. 개 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 또는 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양들은 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자, 그곳에는 더 많은 풀들이 펼쳐져 있다. 날씨가 ..

나는 천국을 보았다-이븐 알렉산더

들어가기 듀크대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세계적인 뇌의학 권위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이븐 알렉산더의 저서 의 독후감이다. 알렉산더 박사가 진짜 천국을 보았고 그 풍경을 묘사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못했던 의사가 어떤 체험을 통해 천국을 말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과거의 어느 한가한 날, 광화문통 교보문고에 들러 이 책의 책갈피 여러 장을 뒤적이며 대충대충 훑어보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서 읽어보기로 결심했었다.​.............................................​1 ​나에겐 몸이 없었다. 적어도 평소에 내가 알고 있던 그런 몸은 없었다. 나는 그냥.. 거기에 있었다. 맥박이 뛰..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7 - 검은 염소의 눈망울

계절의 수레바퀴가 놀이동산의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처럼 정신없이 돌고 돌았다. 나라의 수첩공주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주술을 부리며 요망한 여인을 푸른 기와집에 들이다가 대중의 분노를 얻어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공주가 감옥에서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는 동안, 달빛 신사가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하여 나라의 손자 돼지와 센세이셔널한 만남을 성사시켰다. 섬나라처럼 고립되어 있는 나라가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도보 다리 하나를 나라 지경에 걸쳐 놓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행자에게 있어서 - 라인은 여전히 봉쇄된 채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세월은 때로 무섭고 잔인하게 흘러간다. 가는 세월을 잡을 방도가 없자, 어느 날 겉사람 목(木)은 자신의..

South Korea Story 2025.04.24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6 - 첫경험 해프닝

여행 연기를 결정하고 난 후, 그녀가 직원들과 회식할 때 들르곤 하였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 하였다. 레스토랑에 가는 도중에도 나는 여행 연기한 사실에 못내 아쉬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우린 무슨 이야기를 하였지? 지금도 습관처럼 그날의 일을 복기해 보곤 한다. "당신, 언제 첫 경험을 했어요?"​그녀가 왜 그런 질문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나의 신상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별로 하지 않던 사람인데.. 여행지에서 여성들과 겪었던 사연들을 입에 올리기 좋아했던 나의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품위 있고 예의 바른 그녀가 질문의 화살을 그런 식으로 가슴에 내리꽂았을 리 만무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유혹에 그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오픈해 버린 나무처럼 나는 ..

South Korea Story 2025.04.24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5 - 1박2일 여행

카페에서 '돌싱의 일상'이라는 카테고리에 글쓰기 시작한 것은 앞에서 밝힌 바 있다.그러나 여행자에게 나라는 하나의 경유지에 불과하였다. 부초 같은 존재는 여행지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법이다. 따라서 여행지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지닌 토착화된 형질에 나의 성향을 믹싱 한다는 것은 성공하기 어려운 미션이었다. 나의 무의식에 잠재한 속마음은 달랐을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그리했다. 그래서 카페 리씽에 글 쓸 때 일상의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을 카테고리를 찾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상당히 조심성이 많은 존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이곳 을 스스로 여행지로 선택해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아니 어느 날뿐 아니라 모년 모월 ..

South Korea Story 2025.04.24

자연스러운 일​ - 임유영

자연스러운 일 ​- 임유영 술을 끊은 지 여든 날쯤 지났나, 고등학교 동창인 Q와 연락이 닿았다. Q는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이미 첫째는 여섯살이고 한 달 전 둘째를 낳았다고 했다. Q의 목소리로 그 소식을 직접 듣자니 가슴속이 따뜻하고 커다란 젤리로 출렁이는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온화하고 명랑했다. Q는 우리가 대학생 때 함께 종로에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결혼과 출산처럼 큰일을 서로에게 알리지 않고 살아왔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Q는 휴식을 하고 고향에 내려와 있으니 옛친구들 생각이 났다고 한다. 내 이름을 검색해보다가 내가 시인이 된 것을 알게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Q와 함께 있으면 그의 다정한 기운에 안심이 되었다. 나..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4 - Love Car

사유해 보자. 소중했던 우리 사랑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까?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들만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세상 사람들의 모든 사랑은 케바케(case by case) 일 수밖에 없으며, 나는 지금 지구별 여행에서 겪었던 유일무이한 사랑, 'Drive and Stop Love'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자동차 안에서 데이트 즐기는 방식은 21세기에 생겨난 것이다. 사실 제한된 공간에서 나누는 수다와 스킨십을 가리켜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 받아들이게 된 사랑 방정식이니까. 나라는 유교문화의 잔재를 완전 청산하지 못하였으므로, 인기 가수나 배우들이 연애하려면 참 힘든 지경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South Korea Story 2025.04.19

제2장 Y시에서의 한철 / 3 - 리씽에서 만남을...

3 S시에서의 안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K국 인기가수 조영남이 출연했던 체험 삶의 현장과 같은 여행지를 추천받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제안을 응하였다. OK 사인을 보내고 난 후 나는 정착촌 S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D시 H철공소를 주말마다 오가는 현장 숙식 체험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라고 하여도 싫증을 느낄 때가 온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양고기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하루 이틀이지 열흘이 지나면서부터는 소스와 향신료를 어떻게 조합하여 식탁에 대령시켜도 역하고 노릿한 냄새가 비강과 목구멍을 진동시키는 듯 공격해 오게 된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비양심적인 한국인이 운영하는 값비싼 코리안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

South Korea Story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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